격발 FEEL BETRAYAL
원작 리다조
제작 야해 밤바다
장성호(핸섬)-전승화(스노우)
임채헌(용), 서윤선(몽구리, 송맥헌), 강호철(쌩쌩이), 안효민(강쇠, 청명), 김현지(민트), 이소은(에리카), 김율(미류), 윤용식(스노우 아역) 출연
※ 내용 언급
n년만에 <격발> 드라마CD 다시 들었고 흥분에 차서 적는다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 격발을 처음 들으려는 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꼭 어떤 사전정보도 없이 들으시길.
드씨를 많이 듣지 않았으나 들은 작품들 중에서 취향 정중앙에 쌔려박은 게 <격발>이다
내게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가장 좋아한다는 의미라기보다 다른 작품들과 인상이나 분위기가 내게 다르게 다가온다는 의미로.
캐릭터 목소리, 성우 연기, OST의 합은, 이 작품의 불친절함을 거뜬히 뛰어넘어 (다시 말하지만) 내 취향 정중앙을 스트라이크로 쌔려박는다. 심지어 타이틀콜에서의 "feel betrayal" 발음도 좋아하고 NG도 좋아한다. "왜, 집중이 안 되니?", 하도 힘이 들어서 앉은 채 녹음하셨다는 성우님들, 강호철 님의 "간장공장공장장 강도단"까지ㅋㅋㅋㅋㅋㅋㅋ NG 분량이 30분 가까이 되지만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특히, OST 정말정말 아주 많이 좋아함다. 정말로요.
핸섬, 스노우, 쌩쌩이, 그 외 몽구리, 용 등의 독특한 닉네임을 자신의 진짜 이름처럼 소화해내는 캐릭터의 목소리는 몇 번이나 좋다고 말해도 부족하다. 핸섬은 목소리부터 핸섬하고 스노우는 목소리부터 차갑고, 쌩쌩이는 목소리부터 쌩쌩하다. 핸섬 역의 성호 님과 스노우 역의 승화 님이 다음에도 같은 작품에서 연기하신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살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들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목소리와 낮은 목소리의 합이 내 취향을 부순다.
전승화 님의 스노우는 대단히 무뚝뚝하나 로봇 또는 사이코패스류의 존재는 아니다. 이런저런 일을 많이 겪어 스스로 마음을 닫아놓았기 때문에 타인을 귀찮아하고 가까이하지 않으려 할 뿐이다. 귀찮아서 사람 곁이 싫은 게 아니라(싫은 감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상처를 많이 받아 일종의 자기방어/보호가 어느 정도 발동한 거라고 보았다. 더군다나 정체를 들키면 안 되기 때문에, 이 강도단에 동화되지 않은 채로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과, 자기를 휩쓸리게 하는 저 강도단을 향한 감정이 복잡하게 섞여있다. 목소리에서 귀찮음이 뚝뚝 떨어지지만 낮게 툭툭 내뱉는 목소리 아래에는 짙게 깔린 감정이 있다. 드러내지 않는 감정. 건조하고 무심한 목소리이지만 스노우 내레이션 때마다 목소리에 빨려들어간다. 특히 이 분은 내레이션을, 상황이나 감정을 설명하는 것처럼 말하는 대신 친구와 대화하듯 한다
작품 전반적으로 욕이 많이 나오고 그 중에서도 스노우의 "X까"가 가장 기억 남지만ㅋㅋㅋㅋ 가장 인상적인 대사는 "아마도" 3연타. 용과의 대화에서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 세 번이나 같은 대답을 하지만 그 아마도가 모두 다르다. 같은 세 글자이지만 모두 다른 감정으로 읽힌다. 그저 대답을 하고 있을 뿐인데 눈 앞에 스노우의 표정이 보이는 것만 같다
장성호 님의 핸섬은 목소리가 이미 핸섬하다. 핸섬이라는, 약간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는 캐릭터의 이름에 개연성을 부여하며 작품 내에서도 몇 번 언급되는 비현실적일 정도의 외모 찬양을 이해시킨다. 냉정하고 차가우며 사람을 어떤 목적으로서 다루는 게 어색하지 않은 캐릭터이다. 아마 이쪽이 타고난 성정일 것 같고, 내 사람으로 분류되는 사람에게만 다정한 면을 보이는 듯하다. 나오는 말들에서 묘하게 냉정함을 느낀다
이 분의 목소리에서 금발머리 외국인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느낌을 가끔 받을 때가 있는데 그래서인지 "내가 너의 지옥에서 널 구해주마" 같은 다소 극적인 대사도 잘 소화하신다. 처음 들었을 때에는 약간 민망시러웠으나 파트2 외전에서 한 번 더 듣게 되면 소름이 돋는다
외전까지 다 듣게 되면 외전 하나로 파트1, 2편 모든 장면들이 재조립된다는 걸 알 수 있다. 대사와 행동들이 복선이었음을 깨닫게 되니까 관계가 새로 정립된다. 어린 온후 목소리도 성호 님이 하셨는데 그 덕에 한 트랙 안에서 10대의 지온후가 20대의 지온후로 이어지는 게 좋았다
청명이 등장하면서 설이한테 말 걸 때, 얘 지금 설이 유혹하나ㅎㅎㅎ? 싶었는데 진짜 감정이 있다는 걸 알고 놀랐다. 성우님도 일부러 그렇게 하신 거겠지? 딱 목소리에서 유혹하는 삘이 났는디. 그나저나 용도 핸섬도 청명도 다 스노우한테 연애감정이 있는데 스노우 혼자 눈치가 오지게 없다
강호철 님 목소리는 쌩쌩이로 처음 인식을 해서, 이 분이 다른 작품에 나오신다고 하면, 자꾸 머릿속으로 "간장공장공장장"을 외치던 목소리가 떠오른다. 물론 다른 작품에서는 다른 목소리이시지ㅎㅎㅎ
<격발> 드씨에서 가장 감탄하는 부분은 맨 마지막 트랙. 파트2 12 트랙이자 외전 이전의 본편 마지막 트랙
"평소보다 더 짙은 미소에선 따뜻하고 달콤한 향기가 났다. 맛이 좋다. 단 맛, 결정적으로, 단 맛이 났다." 스노우 대사를 마지막으로 어떤 대사도 효과음도 없이 오로지 OST만 흘러나온다. 그러고 나서 타이틀콜
이 장면을 들을 때면 드라마의 마지막회라고 가정을 하고 한 장면을 상상한다
두 주인공이 서로 마주보고 서 있는다. 두 사람이 엇갈렸다가 다시 마주치게 되는 장면이다.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하여 미소를 짓자 드라마 주제가가 흘러나오며 '지금까지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장이 화면 하단에 뜬다
난 드라마씨디를 듣고 있는데 이 작품의 마지막 트랙을 듣고있자니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으로 슬며시 상상하게 된다. 온후와 설이 서로 마주보며 웃는 마지막 장면 말이다. 캐나다든 한국이든 어딘가에서 두 사람은 '같이' 살아갈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같이' 역경을 헤치고 살아가는 엔딩을, 내게 상상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이 있어서 도리어 그 반전 때문에 이야기의 매력이 약간 떨어진다. 파트2 1트랙 처음 들었을 때 CD 잘못 넣은 줄 알고 중간에 한 번 확인했다가 트랙 막판에 띠용 했던 순간이 지금도 기억 난다
대체 나머지 캐릭터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의아하게 만드는 마무리는, 여백이라기보다 허술함으로 느껴져서 어정쩡하게 끝났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후에 등장한 청명은 설의 환상이라고 생각하지만 강도단원들은 핸섬이 처리했을 것 같다. 그냥 놔둘 것 같지 않다. 강도단치고 사건도 많이 일으키지 않았고 온후와 설이 결국 캐나다에 갔는지 어찌되었는지 이후의 이야기가 열린 채로 끝난 점도 아쉽다. 원작 소설을 읽어보지 않아 모르겠는데 아마 이 작가님이 되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분은 아닐 것 같다
아무리 효과음을 집어넣어도 친절하지 않은 상황 설명은 누군가에게는 장벽이고, 많은 사람들의 격발 후기에 언급되는 부분이다. 처음 들었을 때에는 흐름에 따르다보니 얼추 이해했는데 n년만에 다시 들으니 확실히 얘네가 지금 어디 있는지 뭐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적다는 게 느껴졌다. 원작도 불친절한 건지 각색하면서 들어낸 건지는 모른다
쉽사리 타인에게 추천해주기 어렵지만, 취향에 맞는다면 나처럼 이 작품에 홀릴 수도 있다. 불친절함을 비롯하여 소위 이 작품에 대한 장벽으로 불리는 요소가 도리어 내게는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99개가 마음에 안 들어도 1개가 아주 마음에 든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작품이 내 인생을 뒤바꿀 수도 있는 거니까.
아마 원작에도 나오는 대사겠지만 에리카, 민트 나오는 장면에서 S니 M이니 이런 말 하는데 이게 처음에는 뭔 소리인가 했다. 내가 아는 S, M은 새디즘, 마조히즘인데 그걸 그대로 상황에 대입하면 좀 이상하잖아? 그런데 일본에서는 사람 성격에 따라 S나 M으로 나누기도 한단다. 아마 극 중 상황도 일본식으로 나눈 성격이라고 이해하면 될 듯.
열 여섯 온후 앞에 나타난 설이가 이미 특공대인데 그럼 대체 설이 나이가 몇인가. 경찰특공대는 특수부대를 나와야 한다는데 온후가 16살 때 설이가 아무리 빨리 특공대 되었다고 해도 22~3살쯤 되었으려나. 파트2 기준으로 온후가 26살이니 설 나이가 최소 32살 되는 건가. 얘네 나이 차이도 반전인데 쌩쌩이 나이 때문에 묻힘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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